한국어·영어 못해도 "무조건 오라"…외국학생이 99%인 지방대

입력 2024-01-30 18:05   수정 2024-02-07 16:54


최근 찾은 강원도의 한 대학 캠퍼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농구장에는 네팔어 등 낯선 언어가 가득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들리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대부분이 저개발 국가 출신인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도 돈을 벌기 위해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학생을 찾지 못한 지방대의 외국 유학생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정시모집에서도 미달 사태가 이어지면서 유학생 증가 추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무분별한 모집으로 인한 교육의 질 하락이 내국 신입생 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대 정원 미달 학과 ‘수두룩’

3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지원자가 정원에 미치지 못한 학과는 163개에 달했다. 이 중 지원자가 입학 정원의 절반도 안 되는 학과도 82개였다. 이들 학과의 총모집 정원 1868명 가운데 지원자는 483명으로, 경쟁률이 0.26 대 1에 불과하다.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과도 5개 대학, 5개 학과나 된다.

정원 미달의 타격은 지방대로 쏠리고 있다. 정원을 못 채운 35개 대학 중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지방대다. 지방대 학생들의 중도이탈률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방대 중도이탈률은 2020년 5.29%, 2021년 5.74%, 2022년 6.08%로 꾸준히 늘었다. 2022년 기준 수도권(3.84%)보다 1.5배 이상 높다.

국내 학생들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강원도에 있는 A대학 글로벌캠퍼스는 학생의 99%가 네팔,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27개국에서 온 외국인이다. 국내 학생을 뽑기 어려워지자 아예 유학생 전용 캠퍼스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학교 내부에는 모든 안내문이 영어로 쓰여 있고, 학교 정문 앞에는 할랄 음식점과 아시아 식자재 마트가 즐비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8만6878명이던 유학생 수는 2022년 16만6892명까지 늘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지원자가 한 명도 없던 한 대학은 국내 학생을 뽑지 않고, 외국인 대상 선발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숫자 채우는 유학생 정책에 경쟁력 약화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 경쟁은 고사 위기인 지방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고, 공부보다 일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이 적지 않아서다. 학생 비자를 받은 유학생들은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고 학점 기준을 만족하면 학기 중 주당 25시간씩 일할 수 있다.

실제 A대학 주변 번화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이 대학 학생이었다. 대학은 학생들 아르바이트 시간을 피해 오후 1시 이전 모든 강의가 끝나도록 시간표를 짜고 있다. 네팔에서 온 한 학생은 “모든 학생이 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월 기준 식당 아르바이트는 200만원, 농공단지 아르바이트는 많게는 800만원까지 버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사례도 많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방대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이탈률은 2022년 8.59%로 2020년 6.28%보다 크게 늘어났다. 학업을 중단한 채 국내에 체류하면 불법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 입학하겠다며 입국한 뒤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외국인 학생 선발만으로는 지방대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대는 수업의 질을 높이고, 특성화 전략을 세우는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유학생은 지역에서 인력 수요가 있는 분야,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에 도움이 될 만한 분야 등에서 중점적으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이혜인/강영연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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